| 프롤로그
램프의 거인이 내게 물었다 「세가지 소원을 말하시오」
나는 생각했다 착한 도깨비가 베푼 모처럼의 친절에
「당신이 가지고 있는 바로 그 방망이를 달라」고 하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동화속의 주인공과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 결국 소시지만 잔뜩 먹게된
어리석은 부부의 이야기를...
하여 나는 지혜롭게도 「얼마간의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소원 하나
사람이 어떤 나이가 되면 식구들 이외에 누군가를 필요로 하게 된다
순진하지 못한 사람이 순진한 사람과의 교제로 인해 얻는 상처는
그 반대의 경우보다 클것이라는 것이 내 지론이다
그 사람을 잊으려고 애쓰지는 않을 것이다 잊혀지지도 않을테니..
다만 나는 앞으로 그 사람이 출연하는 꿈 때문에 놀라 깨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지하철 안에서 괜히 우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마침내 그 사람도 나도 좋은 이를 만나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소원 둘
퇴행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때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사람은 과거에 집착한다고 한다
밤에 잠이 오지 않으면 나는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곤 한다
비오던 날 어린 동생이랑 달팽이를 잡던 일이며
아버지가 아끼던 꽃나무에 흠집을 내서 야단맞던 일이며
교실에서 실례했다는 이유만으로 내게 미움을 샀던 짝을 생각하며
나는 용서를 하고 또 용서를 빌었다
아주 늙어서 노망이 든다고 해도
어른이 되기 이전에 일어난 일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소원 셋
나는 이제 나의 세 번째 소원을 말하려 한다
나는 꿈을 꾸었다 친구와 함께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4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빌딩들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리기 시작했으며
저 멀리 하늘에는 버섯 모양의 핵구름이 뭉게 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기사 아저씨는 '옛날과는 달라 이젠 피난도 갈수 없으니 우리는 죽은 목숨'이라고 말했다
나는 울었다
내 짧은 생애가 슬퍼서 울었고 마지막 순간에 가족과 함께 있지 못해서 울었고
아직 못해본 일들이 너무도 많아서 울었다
기사 아저씨는 준열한 눈빛으로 나를 돌아보며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지금까지 당신이
살아온 그대로밖에 살 수 없을 것' 이라고 했다 그것이 나의 한계이자 최선이었다고..
어떤 시인은 사람들과 같이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하여 時를 쓴다고 했다
나는 언젠가 다가올 나의 임종을 떠올리며 나의 노래가 우리들의 이야기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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